2003. 11. 12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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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9-23 12:01 조회1,98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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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번호 29 작 성 일 2003-11-12 조 회 1369
글 쓴 이 운영자
2003. 11. 12 중앙일보 기사.
[오디오 산책] '즐음'의 길 넓고도 많다
며칠 전 70대 노인 한 분이 그 연세에 음악 입문의 꿈을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이미 사들인 음악 입문서가 수십종인데, 요즘 그걸 읽으며 워밍업 중이라고 한다. 빨려들 듯 읽는 책은 일본서적 '좋은 소리, 좋은 음악'이다. 아쿠다카와상을 탄 일본작가 고미 고스케의 저술인데, 그토록 미주알고주알 소개된 음악세계를 눈요기하면서 "왜 이런 멋진 세계를 몰랐을까"싶으시단다.
연말 오디오 구입 디데이 직후에는 헨델 '메시아'부터 듣겠다는 그 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어왔다. "예산은 얼마면 될까?" "한 5백만원이면 됩니다." 밝히지만 그 분은 권도홍씨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에 여성지 부사장을 지낸 분인데, 무엇보다 시인 이근배씨와 함께 벼루 등 문방사우(文房四友)컬렉션에는 국내 일인자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있음(無用之用)이라는 노장사상을 일깨워준 분도 그다.
국산 진공관앰프 마제파
즉 세상 모두가 효용적 가치로 돌아가는데, 그럴 필요없이 즐기며 살라는 권면이다. 그런 여유자적한 그분의 음악 입문도 순조로울 터인데, 기자가 5백만원을 제시한 것은 그 분 안목과 지갑 사정을 가늠했기 때문이다. 즉 그 이하라도 문제될 게 없다. 기계와 씨름하는 대신 그저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려면 저예산에도 즐음('즐거운 음악생활'의 뜻)이 가능하다.
당신 목표가 신경 과민환자 그룹에 다름 아닌 오디오파일들을 따라잡는 게 아니라면 방법은 간단하다. 두개로 요약하자. 우선 외제에 대한 미련을 떨쳐라. 소리 나무랄 게 없는 국산 오디오에 눈돌리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예산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소스(CD플레이어.턴테이블)가 좀 떨어져서 그렇지, 앰프.스피커를 중심으로 하이엔드급 국산은 지난 몇년 새 강세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억' 소리 나는 고가 오디오를 소개한 것은 그런 별천지가 있다는 얘기지, 억지 구입하라는 부추김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조우석 기자
게시물 번호 29 작 성 일 2003-11-12 조 회 1369
글 쓴 이 운영자
2003. 11. 12 중앙일보 기사.
[오디오 산책] '즐음'의 길 넓고도 많다
며칠 전 70대 노인 한 분이 그 연세에 음악 입문의 꿈을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이미 사들인 음악 입문서가 수십종인데, 요즘 그걸 읽으며 워밍업 중이라고 한다. 빨려들 듯 읽는 책은 일본서적 '좋은 소리, 좋은 음악'이다. 아쿠다카와상을 탄 일본작가 고미 고스케의 저술인데, 그토록 미주알고주알 소개된 음악세계를 눈요기하면서 "왜 이런 멋진 세계를 몰랐을까"싶으시단다.
연말 오디오 구입 디데이 직후에는 헨델 '메시아'부터 듣겠다는 그 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어왔다. "예산은 얼마면 될까?" "한 5백만원이면 됩니다." 밝히지만 그 분은 권도홍씨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에 여성지 부사장을 지낸 분인데, 무엇보다 시인 이근배씨와 함께 벼루 등 문방사우(文房四友)컬렉션에는 국내 일인자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있음(無用之用)이라는 노장사상을 일깨워준 분도 그다.
국산 진공관앰프 마제파
즉 세상 모두가 효용적 가치로 돌아가는데, 그럴 필요없이 즐기며 살라는 권면이다. 그런 여유자적한 그분의 음악 입문도 순조로울 터인데, 기자가 5백만원을 제시한 것은 그 분 안목과 지갑 사정을 가늠했기 때문이다. 즉 그 이하라도 문제될 게 없다. 기계와 씨름하는 대신 그저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려면 저예산에도 즐음('즐거운 음악생활'의 뜻)이 가능하다.
당신 목표가 신경 과민환자 그룹에 다름 아닌 오디오파일들을 따라잡는 게 아니라면 방법은 간단하다. 두개로 요약하자. 우선 외제에 대한 미련을 떨쳐라. 소리 나무랄 게 없는 국산 오디오에 눈돌리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예산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소스(CD플레이어.턴테이블)가 좀 떨어져서 그렇지, 앰프.스피커를 중심으로 하이엔드급 국산은 지난 몇년 새 강세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억' 소리 나는 고가 오디오를 소개한 것은 그런 별천지가 있다는 얘기지, 억지 구입하라는 부추김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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