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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B 진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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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9-23 06:41 조회2,94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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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 프 이 야 기

게시물 번호   79 작 성 일   2003-11-13 조 회   9302
글 쓴 이   운영자  

300B 진공관.
 
    진공관 음에 매료되어 진공관 앰프 애호가가 된 사람 가운데 300B 앰프를 들어보
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또 진공관 앰프를 제작하는 업체는 물론 자
신이 듣는 오디오를 직접 자작하는 사람 역시 300B를 가지고 앰프를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왕초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만큼 300B는 음악애호가 뿐만 아니
라 엔지니어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진공관이다. 이러한 추세에 편승해서 지금은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제조한 300B 이외에도 다양한 회사들이 300B 진공관을 생산하여 300B
의 '춘추전국시대'를 열어가고 있고, 또 국내외의 온갖 오디오 관련 잡지에도 300B 싱
글, 푸쉬풀 앰프의 신제품을 비롯하여 회로까지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300B 라는 진공관이 보편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
다. 첫째, 300B는 3극관, 4극관, 5극관 등과 같은 진공관의 종류 가운데 가장 소리가
아름답고 정갈하다는 직열 3극관의 하나이다. 보통 진공관 앰프 애호가들이라면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는 것이 바로 이 직열 3극관 앰프인데 300B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
켜주는 진공관인 셈이다. 둘째, 직열 3극관 중에서 가장 막강한 출력을 내는 진공관이
다. 일반적으로 오디오용으로 사용되는 직열 3극관의 경우 대형 송신관 계열인 211,
845를 제외한다면 300B는 거의 독보적인 출력을 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211, 845
와 같은 진공관은 출력은 많이 뽑을 수 있지만 1,000볼트가 넘은 고전압을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보편성에서는 상당히 뒤떨어지는 반면, 300B는 300-400볼트 언저리에서도
충분한 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압의 컨트롤이 아주 용이하다는 보편성을 가지
고 있다. 300B는 통상 8와트 정도의 출력을 얻는데, 명관 대열에 들어가는 미국계나 유
럽계의 다른 직열 3극관은 대체로 2-4와트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즉 출력에 있어서는
다른 직열 3극관들이 300B의 절반도 못 미친다. 따라서 300B는 동일한 조건에서 스피커
의 구동력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겠다. 셋째, 300B는 광
대역이며 직진성이 뛰어나다. 경우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여타 빈티지
진공관들에 비해 300B는 비교적 우수한 대역 폭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 직진성도 대단
히 뛰어나기 때문에 음의 윤곽이 뚜렷하고 시원시원한 현대적 사운드를 구사한다. 아마
도 이것은 300B가 태생적으로 211D 라는 송신관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고, 또 27A라는
송신기에 300A가 사용된 것으로 미루어 제조상에서 송신용 진공관의 특성이 일부 고려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300B의 장점은 이외에도 더 있을 수 있지만, 아마도 이상의
세 가지가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러면 과연 300B 어떤 라이프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다.
300B는 205D & 211D - 252A - 275A - 300A -300B 등의 혈통적 연장선상에 있는 진공관
이다. 205D와 211D는 당시 타입 42, 43, 46이라는 극장용 앰프에 사용된 진공관이었는
데, 1930년에 이르러 205D와 211D를 교배해서 252A라는 진공관을 만들게 된다. RCA의
50 이라는 진공관에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252A는 제조기간이 2년도 채 안 되는 짧
은 시기에 만들어졌다가 생산이 중지되었다. 사용된 곳은 타입 57, 59 라는 앰프였다.
구조상으로는 이전에 만든 진공관(직선형 필라멘트)과 달리 필라멘트를 위와 아래로 고
리를 걸어서 M자 형태로 만들었다.

  이후 2년 뒤 1932년에는 ST형태의 275A 진공관을 만들게 된다. 이 진공관은 기술적
으로나 스펙상 진보된 진공관임에는 틀림없으나 이것을 사용했다는 기계는 없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33년 드디어 미국계 직열 3극관의 황제가 탄생하
게 된다. 즉 300A가 만들어진 것이다. 275A를 만든 지 1년도 채 안되어 대출력의 300A
를 만든 것은 RCA의 박리다매형 진공관인 2A3과는 차별화된 경쟁을 하기 위해서 보다
막강한 출력을 내는 진공관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인 것 같다.

  300A는 27A라는 송신기와 86A, 86B, 86D, 87A, 91A, 91B, D-95036 앰프, 그리고 D-
97600이라는 항공관제 시스템에 사용되었다. 마지막으로, 300B는 1938년에 만들어지게
되는데, 300B는 300A에 비해 내용 면에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진공관 베이스
가 45도 정도 옆으로 설계된 것뿐이다. 300A와 300B는 단지 이렇게 앰프와 같은 증폭기
에만 사용된 것은 아니고 공업용으로는 전압의 안정화를 꾀하는 정전압용으로도 사용되
었다. 그 이유는 당시로서는 고전압을 견뎌내는 내압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며, 또 전류
를 많이 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300B는 본래의 개발 목적과는 달리 묘한 길을 가게 된
다. 1985년에는 일본 경제가 버블 호황기였다. 그래서 미국의 마천루를 사들이는 등 아
주 호기를 부리던 시기였다. 당시 웨스턴 일렉트릭의 캔사스 씨티 공장을 방문한 일단
의 일본인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왜곡이 있는 300B가 음악을 듣는데는 더 바람직하
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웨스턴 일렉트릭 본사에서도 당시로서는 '별로 쓸데없는 진공
관'을 대량 구매하는 일본인의 구미에 맞추어 300B를 생산하자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결국 300B는 왜곡을 발생하게 하는 진공관으로 변모하게 된다. 진공관에서 왜곡이 생기
면 사실 증폭을 할 때 음의 찌그러짐이 발생하게 되어 칼라링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일본 사람들에게는 음악적인 조화인 동시에 300B 고유의 멜랑콜리한 음색이라고 느꼈
던 모양이다. 아무튼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음악애호가들의 취향이란 것이 참으로 희한
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와 같은 취향이 일본인들에게
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한정하고 싶다.

  이외에도 일본인들이 요구한 사항은 또 하나가 더 있었다. 2차 대전 이전에 만든
300B의 베이스에는 이른바 '번개 로고' 가 찍혀 있었고, 2차 대전 이후의 300B(70년대
생산품)에는 고딕형 글자로 마크가 되어 있었다. 일본인들은 고딕 글자 대신 과거의 웨
스턴 일렉트릭 로고인 번개 모양 글자를 넣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리고 300B를 수
입해서 파는 상점이나 300B 앰프를 파는 상점이나 할 것 없이 점포 유리창에 대문짝 만
하게 번개 로고를 썬팅으로 붙여 놓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였다. 

  꽤 오래 전부터 진공관앰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 힘입어 이제는 300B 진공관
도 노동 임금이 값싼 나라에서 너도나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300B의 외관도 아
주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300B 타입이 있는가 하면 252A와 같은 가지관이 있기도 하고
또 플레이트도 그물 모양의 매쉬, 작은 구멍을 뚫은 '스몰 펀치' 등 천차만별이다. 그
런데 어떤 것은 포장된 박스에 300B라고 써 있으니 300B 인줄 알지, 성인용품점에서 파
는 여성용품과 엇비슷한 해괴한 모양으로 봐서는 그것이 정말 300B인지 전혀 알 수 없
는 것까지 있다. 이러한 진공관의 주된 생산국으로는 중국, 러시아, 체코 등이다. 그리
고 영국과 대만, 미국의 몇몇 장사꾼들은 자본을 대거나 아니면 현지에 지사를 두고 이
미 생산된 진공관을 상태별로 선별하여 자기네 상표를 붙여 비싼 값에 팔고 있기도 하
다.   

  (메이커별 300B 진공관) 

1. GOLDEN DRAGON 300B

    골든 드래곤 300B는 중국의 슈광이라는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회사에서 생산된 것들 가운데 비교적 상태가 우수하고 편차가 적은 진공관을 선별하
여 에미션을 기록한 후 유리관에 용포(龍袍)에나 넣을만한 드래곤을 그럴싸하게 그려
넣어 고가에 파는 진공관이다. 이 진공관은 선별을 거쳐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슈광의 300B 보다는 안정성에서 비교적 우수하고 필라멘트, 그리드가 늘어지면서 유리
관 내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경우도 적은 편이다. 골든 드래곤 300B는 보통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골든 드래곤 300B이고 다른 하나는 플레이트를
티타늄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국 STC사에서 만들었던 4300B의 이름
을 따서 4300-B라고 명칭을 붙인 것이 있다. 그러나 스펙과 내용 면에서는 거의 차이
가 없이 대동소이하다.

  골든 드래곤 300B의 가장 큰 특징은 음이 대단히 부드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음악
을 듣고 있노라면 음악에서 배어 나오는 온기를 느끼게 된다. 사실 이것을 물리학적으
로 정확히 밝혀낼 수는 없지만 그 원인은 아마도 진공관 내부의 진공도가 웨스턴 일렉
트릭의 300B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데 있는 것 같다.

  피에르 푸르니에가 연주한 바하의 조곡 No. 3(D장조) 가운데 'AIR'의 첼로 연주에서
는 그 따뜻하고 정감있는 음이 구름처럼 퍼지며 시청 공간을 가득 메운다. 또 앙에레스
(Victoria de los Angels)가 부르는 비제의 카르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럽게 구사되어
앙에레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칠맛까지 더해진다.

  그러나 이런 부드러움과 온기를 지니고 있는 반면 대편성곡에서는 약간 음의 윤곽
이 불분명해지는 부분도 나타나고 저역에서는 다소 힘이 빠져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아마도 이것은 시간이 지나 충분히 에이징이 되면 대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2. 웨스턴 일렉트릭 300B

    테스트를 위해 스테레오 뮤직사에서 준비한 웨스턴 일렉트릭 300B는 추정컨대 일
정 기간 사용하였던 진공관으로 보여졌다. 그 이유는 진공관의 게터가 1/3 정도 없어졌
고, 또 게터의 윤곽선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제조사의 진공관들이
결혼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처녀'였던데 반해, 웨스턴 일렉트릭의 300B는 충분히
에이징이 된 '아줌마' 진공관이라는 점에서 훨씬 어드벤티지를 갖게 되는 문제점이 있
다는 것이다. 진공관은 처녀보다 아줌마들이 한수 위의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300B는 음악을 듣는 순간 아주 정갈한 틀이 잡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흐트러짐이 없고 깔끔하며 투명하다. 독일의 퀼른 중앙역에 내려서 역사를
나오면 정면에 떡 버티고 서있는 퀼른 대성당처럼 마치 잘 지어진 건축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300B는 단지 그 하나 만을 가지고 들을 때는 그
느낌을 바로 말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300B를 같이 놓고 비교해보면 역시 명확해 진
다.

  웨스턴 일렉트릭 300B가 들려주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연주의 부르흐의 스커티쉬
환타지 바이올린 연주는 압권이다.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총주는 어느 하나 엉킴이
없이 깊이와 넓이까지 아주 대단한 분해력으로 전해지고, 이에 경쟁하는 바이올린 소리
의 처절한 흐느낌은 마치 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홍색 피가 하얗디하얀 광목 위로
붉게 번져나가는 듯 선명하다.    이 진공관은 우수차 배음의 표현에 있어서도 아주 탁
월하다. 때문에 바이올린의 통울림 소리와 정위감이 대단히 뛰어나다. 다만, 미세하기
는 하지만 약간 코 먹은 소리같은 특징도 있다. 아마도 이것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
른바 '웨스턴 사운드'라고 하는 왜곡이 아닌가 싶다. 70년대 생산된 300B 구관과 비교
하여 그 '코먹은 소리'가 일관되게 나타나는지 확인해보지 못한 것이 한가지 아쉬움이
라고 하겠다.



3. ANTIQUE SELECTION 300B

  박스에 커다란 글씨로 'AS'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별 희한한 회사에서도
300B를 만드는구나"하고 생각했다. 박스를 열고 진공관을 꺼내보니 과거 러시아의 소브
텍에서 제조한 300B와 거의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게터의 모
양이 소브텍과 흡사하고, 또 운모판의 성형 상태, 필라멘트의 거치 모양에서 소브텍 것
과 상당히 유사하다. 아마도 이것은 소브텍 선별관이 아닌가 싶다.

  먼저 이 진공관이 들려주는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연주를 접해봤다. 첫 인상은
아주 단정함을 지닌 진공관이라는 느낌이다. 바이올린 음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하지만 바이올린의 음이 상당히 가늘고 고역에서 미세하게 결이 나뉜다. 본래의 특성
이  약간 가는 듯한 음색을 지닌 것 같다. 그래서 뭉클한 느낌을 받기에는 다소 아쉬움
이 남는다. 이것은 충분한 에이징이 안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기는 과거 소브텍의
300B도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풍부하고 정감있는 소리보다 정갈하고 단정하며
날이 서있는 음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비교적 잘 맞는 진공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든다.

  비제의 카르멘을 들어본다. 앙에레스의 목소리는 하늘하늘 들려오고 바이브레이션에
서는 간장을 녹인다. 니콜라이 겟다의 목소리를 포함하여 남녀 모두 보컬에서는 비교
적 뉘앙스 표현이 잘되는 장점을 지닌 것 같다.

  한편 대편성 부분에 있어서는 당당함이 엿보인다. 강력하게 저역을 구동하고 통제하
는 힘이 발군이다. 토대를 잘 구축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처럼 안정적이다. 밥짓는 연
기 피어오르는 농촌 풍경이라기 보다는 노을이 뉘엇뉘엇 넘어가며 회색 콘크리트 건물
에 소슬한 그림자 드리우는 도회지 모습의 소리를 들려준다.



  4. FULL MUSIC 300B

    참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진공관이다. 열기구같은 모습의 발룬관은 역시 정감이 있
다. 이런 진공관은 보기만 해도 즐거움을 느낀다. 외관은 과거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만
들었던 252A라는 진공관과 흡사하다. 하지만 내부 구조는 300B와 같다. 다만 발룬관이
기 때문에 상단에 고정용 운모판이 상당히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기존의 300b와 조
금 다르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252A는 내부 유리관 아래쪽에 프레임을 고정하는 밴드
가 있고 이것은 볼트와 너트로 체결되어 있어서 구조적으로는 많이 다르다.

  진공관을 이것저것 많이 수집하고 또 수집한 진공관으로 앰프를 만들면서 느낀 것
은 "진공관은 생긴대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제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근작 진공관
임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생긴대로 소리를 낸다.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모르나 풀뮤직
의 300B는 대만의 자본이 중국 본토에 투자하여 생산한 진공관이라고 한다. 때문에 제
조과정에 있어서 대만 애호가들의 입김이 상당히 많이 작용했으리라고 보여진다. 모양
도 빈티지적이고 또 음의 경향도 빈티지 지향적이다. 증폭율은 다른 제조사의 300B 보
다 조금 낮은 것이 아닌가 싶다. 고정 바이어스로 전류량까지도 똑같이 맞춘 동일한 조
건에서 볼륨이 약 3dB 더 먹는다.

  야나체크 현악 4중주단이 연주하는 하이든의 'Joke'는 그야말로 물 흐르듯 흘러간
다. 또 상당히 부드럽고 포근하다. 이 부분은 골든 드래곤 300B와 흡사한 면이 있다.
그러면서도 뭉치거나 흐트러짐은 없다. 조금 독특하다고 느낀 것은 빈티지 경향으로 진
공관이 설계된 점이다. 웨스턴 일렉트릭 보다도 훨씬 더 '코먹은 소리'를 많이 낸다.
어찌 들으면 마치 배음이 아주 잘 나는 것처럼 들린다. 고역은 실크처럼 결이 곱고 갈
라짐도 없다. 아마도 고역에서 약간 롤오프(Roll off)되게 진공관을 설계한 것이 아닌
가 생각된다. 가격만 저렴하다면 상당히 호감이 가는 진공관이라고 생각된다.



  5. FULL MUSIC 300B (SMALL PUNCH)

    이 진공관은 앞서 들어본 풀뮤직 300B의 상위 버전이다. 진공관 플레이트는 코팅하
지 않은 니켈판을 사용했고, 거기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은 이른바 '스몰 펀치'이다.
하지만 제조사와 판매상은 이것을 그물 풀레이트(매쉬 플레이트)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
이다. 매쉬와 스몰 펀치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310A라는 진공관(310A는 매쉬, 스몰 펀
치, 라지 펀치 등 3가지가 있다)과 비교하여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데, 풀뮤직의 진공관
은 분명 스몰 펀치에 해당한다.

  파워 스위치를 올리니 스몰 펀치 사이사이로 적열된 필라멘트가 아름답게 보인다.
얇은 사 하얀 모시치마 속에 아련히 보이는 여인네의 뽀얗고 긴 다리처럼 눈을 떼지 못
하게 한다. 필자와 같은 관음증 환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진공관이다. 물리적 특성에 따
르면 평판 플레이트 보다 매쉬 또는 스몰 펀치 플레이트의 경우, 되돌아오는 반사 전자
의 양이 적어 음에 있어서는 우수한 특성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피에르 푸르니에 첼로 연주에서 저역의 풍부함과 음악적인 울림이 마음을 흔든다.
한 올 한 올 이어지는 표현력과 배음이 뛰어나다. 그러면서도 풀어지거나 군더더기가
없고, 또 황순원의 소설처럼 차분하다.

  비발디의 실내악을 들어본다. 리코더와 오보에, 하프시코드 소리는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현악기 소리는 시냇물처럼 유려하며, 통주저음 악기의 소리는 호반 물안개처
럼 풍부하다. 그러면서도 모두 조화롭다. 저마다의 악기는 모두 제자리를 잡는다. 정위
감과 분해력이 상당히 뛰어난 진공관이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300B가 '아버지의 소
리'라고 한다면 이 진공관은 자상한 '어머니의 소리'라고 하고 싶다. 이 진공관 역시
고역에서 아주 매끄럽게 빈티지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초고역은 약간 롤 오프(Roll
off)되도록 설계한 것 같다.

 

  6. ELECTRO HARMONICS 300B

  요사이는 하도 여러 군데에서 300B 진공관을 만드니 도대체 헷갈린다. 실제로는 중
국, 러시아, 체코(VV 300B), 슬로바키아(JJ 300B) 등 몇 군데 안 되는 공장에서 만들겠
지만 이름을 바꾸고 포장을 달리하고 또 선별해서 따로 분류, 판매하니 그럴 만도 하
다. 일렉트로 하모닉스라는 레이블도 이 가운데 어느 한군데에서 만들어진 진공관일 것
으로 미루어 짐작되는데 자세히는 알 수 는 없다. 다만 만듬새로 보아서 중국산은 아니
고 러시아계열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300B는 다른 300B 와 마찬가지로 알마비바 백작이 된 필자와
초혼제를 치렀다. 언젠가 피가로가 나타나서 필자가 테스트용으로 사용했던 일렉트로
하모닉스 300B를 사가지고 간다면 1시간 정도 에이징이 되어 있을 것이니 별로 나쁘지
는 않을 것이다. 하기는 진공관을 1시간 정도 사용했다고 해서 그렇게 달라질 것도 없
으니 말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사서 1시간이 아니라 단 1초를 들어도, 다시 내놓으면
그것은 몇 년 사용한 완전 중고와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다.  그것이 시장의 지배 논리
이거나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참 애석한 일이다.

  리스트의 헝거리 광시곡을 들려주는 일렉트로 하모닉스 300B는 참으로 다이나믹이 넘
친다. 저역의 밀도감이 탁월하고 고역의 집중력도 돋보인다. 부르흐의 스커티쉬 환타지
에서도 이러한 느낌은 거의 비슷하게 전해지는데, 총주에서 몰아치는 힘은 거의 골리
앗 수준이다.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연주 부분에서는 아주 단단한 음으로 전해진
다. 하지만 밀도감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면 그것은 '쏘는 듯한 소리'로도 들릴 수 있다
는 점에서, 이 진공관을 가지고 앰프를 만들 때에는 부드러운 튜닝에 다소의 신경을 써
야할 것 같다. 그럴 경우 가늘게 느껴지는 소리도 여유있는 소리로 바뀌어 수준급의 음
악을 들려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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