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지지 않는 왕국의 영주.권영준님(hifi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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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9-23 11:51 조회4,1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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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번호 17 작 성 일 2002-10-28 조 회 1978
글 쓴 이 운영자
해가지지 않는 왕국의 영주.권영준님(hificlub)
모처럼 틀어박혀있던 서쪽 끝 시골을 벗어나 서울 정 반대편까지 대장정(?)을 나설 기회가 생겨서 신선했다. 그래도 좋은 소리 나는 곳 찾아 부지런까지 떨어보는 스스로를 발견하니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강변을 타고 가는 내내 눈에 들어오는 한강의 선명한 푸른빛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올해 날씨는 이 정도면 아직까지는 상당히 점잖은 편이 아닌가.
이번에 흔쾌히 자리를 마련해주신 분은 또 다른 '하이파이클럽' 회장님이신 권영준님 이시다. 무슨 얘긴고 하니, 하이텔의 하이파이동호회 내에 있는 소모임 '하이파이클럽' 회장직을 맡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과 더불어 '동명 이...클럽'이라는 이유로 현 '하이파이클럽'이 인터넷페이지를 개설했을 당시에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다. 본의 아니게 기존에 있던 소모임이름을 우리 '하이파이클럽'에서 도용한 모양새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클럽의 취지와 진행구도 그리고 멤버들에 대해 폭 넓게 이해를 해주셔서 오히려 상호간의 좋은 교류의 발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구성 시스템
* 스피커 : Thiel CS 2.3
* 파워앰프 : L'Aurora Amp 215(Mono)
* 라인프리 : Cary SLP 50
* 포노앰프 : Viola
* DAC : April Reference
* CDT : Krell MD-20
* ADP : Thorens Ambiance + SME V + Koetsu Rosewood
* 승압트랜스 : Allnic
* Cables
* power to speaker : 자작
* pre to power : 자작 & Cello Strings
잠실의 조용한 아파트 촌.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뛰쳐나와서 먼저 반긴다. 이미 동호회 내에서는 유명한 친구들이라고 한다. 강아지 두 마리만으로도 집안에 이렇게 생기가 돌 줄이야...
거실이 꽤 넓어보였지만, 정작 리스닝 룸은 방안에 마련해놓으셨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일어난다. 삼면 빼곡이 들어선 레코드 라이브러리와 기기들때문에 입추의 여지가 없다. 기기가 자리잡고 있는 벽면도 온통 베이스트랩과 튜닝재들로 채워져있다.
다른 분들이 인사하는 틈을 타서... 음반들을 둘러봤다. CD와 LP가 각각 2000장씩은 되는 것 같았다. 레파토리도 다양하다. 올드팝에서부터 가요, 클래식, 레퍼런스음반들까지 잘 정리되어있었다. 정말 음악듣기에는 천혜의 요새를 만들어놓으신 이 분을 다시 한번 존경스럽게 쳐다봤다.
우선, 리스닝룸의 모습만으로도 뭔가 좋은 소리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소리를 들어보았다. 잘 길들여진 리스닝 룸 우선, 리스닝룸의 크기에 약간 버거워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틸 2.3은 부밍기라던가 불필요한 잔향이라고는 없이 쏘옥 빠져나오는 소리가 안정감을 준다. 소위 말하는 현대적인 하이엔드 소리이다. 경륜이 있으시니까.. 약간 빈티지 쪽이나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튜닝을 해놓았으리라는 어설픈 추측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소리이다.
약 4평 정도 될 듯한 평범한 아파트내의 방을 극한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부단한 룸튜닝의 결과이다. 앰프는 국산 오로라의 110와트급 모노블럭이다. KT-88을 사용한 푸쉬풀방식인 것 같은데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음은 진공관 앰프라기보다는 솔리드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있었다. KT-88 특유의 고역에서의 매끈한 감김보다는 다소 스트레이트하고 반응이 빠른 소리였다.
상당히 깊은 무대를 만들어내면서 입체감이 뛰어난 모습이 귀에 들어온다. 반면에 좌우 펼침은 넓다기보다는 스피커 바로 외곽으로 적절히 윤곽을 그리며 마무리짓고 있었다. 음은 분석적인 성향을 띄었으며 다이나믹이 뛰어나고 대역간섭이 거의 감지되지않는 틸 고유의 특성이 잘 살아있었다. 악기로는 피아노가 가장 사실적인 소리를 내주었다.
중고역이 귀에 다소 강하게 맺힌다. 틸을 들여놓은 지 약 두달정도밖에 되지않았다고 하셨는데, 아직 신품소리가 가시지않은 것 같다. 권영준님은 틸의 지명도때문에 이전에 사용하던 과르네리같은 스피커와 경향이 다른 이 스피커에 도전을 하셨다고 한다. 과르네리 오마주는 약 두달정도 사용하고 내보내셨다고 하는데, 비싼 앰프를 좋아한다고 하며 현재의 앰프와는 저역재생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었다고 하셨다.
모든 스피커에는 고유의 음색이 있지만, 결국 앰프의 소리가 나온다는 게 권영준님의 지론이라고 했다. 그리고 앰프에 대한 투자는 스피커의 가격을 감안해서 결정한다고 하셨다. 이를테면 틸 2.3에는 아무리 좋은 앰프를 사용해도 500만원이 맥시멈이라고 하셨다. 그 이상의 투자는 그 스피커의 소리도 아니며, 원래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권영준님은 자신의 시스템중에서 오로라앰프를 가장 아끼신다고 하신다. 앰프전문가로 유명한 한상응님에게 고집스럽게 튜닝을 의뢰해서 만들어낸 앰프라고 자부하셨다.
그런 이유로 스피커가 계속 바뀌면서도 이 앰프만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아울러 프리앰프 역할을 하고 있는 에이프릴제작 레퍼런스 DAC 또한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중이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가격대비성능이 탁월해서 지금으로썬 향후에도 별 대안이 없을 정도라고 칭찬을 하셨다.
한편, 아날로그는 두번째 시도하시는 것이며, 현재 사용중인 고에츠의 로즈우드는 본인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고 하셨다. 소리를 들어본 결과 과연 다소 메마른 소리가 나왔는데, 고에츠 특유의 소리라기 보다는 톤암인 SME V 와의 매칭관계에 영향을 받지않나 의견을 모아보았다. 토렌스의 MCH2는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이으셨다.
케이블들을 보면 전부 공동제작을 의뢰하거나 자작을 하신 품목들이다. 바닥으로부터 케이블을 플로팅을 시키는 것과 바닥에 밀착시키는 것에 대한 비교실험을 거쳐서 결국 스피커 케이블은 바닥에 밀착시키는 것이 더 나았고 전원코드는 플로팅 시키는 것이 더 좋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셨다.
열혈남아스타일의 오디오철학
권영준님의 모습과 어투에서는 이미 중년에 접어든 프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자신만의 철학을 뚜렷하게 세워놓고 기기를 선정하고 계셨으며, 한번 들여놓은 기기는 철저하게 녹다운시키고나서야 내보내고 계셨다.
매니아들이 종종 그렇듯이, 중학교시절부터 이미 음악감상실을 들락거린 끼 많은(?) 학생이셨다고 한다. 그런 시간들을 거쳐서 본격적으로 오디오를 시작하신 것은 10년 전쯤이었다. 좌측의 사진은 중학교 시절 음악이 무엇인가를 그리고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음악이 이렇게 멋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 그 음반이다.
서브까지 합쳐서 수많은 기기들이 들락거리자 주변에서는 그만 바꾸라는 압력이 들어왔지만, 그런 말들에 대해선 청력이 다하는 한 계속한다는 말로 일축 시켜버렸다고 하신다. 그간 거쳐간 스피커들만 보아도 이분의 성향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영국제와 미국제를 고루 등용시켜왔다는 점이 눈에 띄인다. 파라곤의 리전트, 로져스의 2A, KEF 107/2, 그리고 과르네리 오마주 등을 거쳐 틸 2.3에 이르고 계셨다. 물론 서브시스템까지 가면 무수히 많은 모델들이 이방을 거쳐갔다.
연배도 연배지만, 이분은 분명히 오디오세계의 선배님이다. 과연 요새 젊은매니아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여줘봤다. 권영준님은 그레이드별로 신세대 오디오파일들을 크게 두 부류로 놓고 말씀하셨다.
첫째는, 말그대로 오디오파일이다. 나름대로 전문지식을 갖고 접근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스스로 확보하고 움직이는 매니아들이며 이런 매니아들에게서는 오히려 배울 점들이 많다고 겸손의 말씀을 하셨다. 인자하신 인품 그대로, 나이나 경력을 떠나 내가 배울점은 언제나 오픈마인드로 대하시는 모습이다.
두번째로 적극 참여를 하는 초심자들이 있는데, 이런 사용자들은 '스텝 바이 스텝' 밟아 올라갈 것을 권하셨다. 한가지 기기를 들어도 그 성능을 100% 뽑아내고 나서 바꾸도록 하며, 처음부터 단기간 내에 너무 끝까지 가는 하이엔드를 성급하게 가다보면 오디오의 깊은 맛을 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보리는 경우를 옆에서 볼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특히 미스매칭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아울러, 모든 오디오파일들에게 절대로 자가당착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고싶다고 하셨다. 주관적인 소리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스스로를 대단한 오디오파일이라 생각해서 말을 함부로 하는 일은 금물이며, 자기 취향과 맞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취향에 맞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모든 매니아들이 겪는 '인 패밀리 솔루션' - 사모님의 오디오에 대한 협조정도를 여쭤보았다. 협조? 말도 안되는 소리... 현재는 포기상태라고 전하셨다. 권영준님은 단계별로 나누어 사모님의 오디오관에 대해 설명하셨다. 초기에는 물론 '협조'가 이루어졌다. 이건 신혼초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얘기이므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개념의 '협조'라고 보아야 한다. 그 다음은 '불만'의 시기였다. 돈과 시간을 뺏어가는 오디오에 대해 더이상의 협조는 있을 리 없다. 그 단계를 넘어서자 기어이 '포기'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방에서 두문불출하는 것을 빼고는, 그래도 다른 곳으로 새지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자체만으로 위안을 삼으시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오디오매니아들의 모습이 아닐까 ? 권영준님의 말씀에서는 달관과 여유가 넘쳐보였다. 아직도 찾아들을 많은 기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권영준님의 즐거움은 이점에 있었다. 특히 과르네리를 쓰면서 앞으로 이 스피커보다 좋은 게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건지 아찔한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는 예를 들면서 말씀을 해주셨다. 한마디로 아껴가며 오디오를 섭렵하시고 계셨다.
오디오는 여러 제품을 상대로 하는 취미라고 볼 때, 아직도 갖고 놀 기기들이 많다는 사실이 큰 위안을 준다는 말씀이다. 지금 쓰고있는 틸 2.3 도 도전해볼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이 스피커의 소리가 잡히는 날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불러서 들려주는 즐거움 - 바로 악흥의 순간이 아닐까 한다.
권영준님은 지금도 가끔 혼자듣기 아까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실 때가 있다고 한다. 공간과 경제적 여건이 허락된다면 앞으로는 탄노이계열의 빈티지스피커를 메인으로 갖추고 싶다고 하셨다. 아울러, 하이엔드제품을 서브로 갖추고 바꿔가면서 듣고 싶다는 말씀... 가만 듣다보니 이건 평소에 필자가 생각중인 시스템과도 일치한다.
마감도 안한 MDF로 만들어진 레코드장이나 오디오 랙을 볼때 과연 우리가 오디오를 하면서 어디다 투자를 하고 어디에서 절약을 해야할 지를 깨닿게 해 주는 지혜가 숨어있다. 그리고, 권영준님의 치열한(?)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방안 곳곳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담겨져 있음은, 오디오를 새로 들여놓고 마음에 안든다고 첫날밤에 소박을 놓은 안일한 자세로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충분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맺는 말
음악을 못들으면 귀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은 공연스런 흉내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오디오파일들은 책을 안읽으면 안읽었지 좋은 음악으로 귀와 마음을 채우는 정성스런 작업을 놓치는 법이 없다. 음악과 기기와 열정 - 이 삼박자를 갖춘 권영준님은 분명 행복한 매니아이다. 방안에 왕국과도 같은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놓고 전세계를 넘나드는 이 분의 오디오여정에는 해가지지않을 것 같다. 빈티지와 하이엔드, 아날로그와 디지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계 - 이 열쇠를 들고 다음엔 어디로 가실 것인지 주목해볼 뿐이다.
게시물 번호 17 작 성 일 2002-10-28 조 회 1978
글 쓴 이 운영자
해가지지 않는 왕국의 영주.권영준님(hificlub)
모처럼 틀어박혀있던 서쪽 끝 시골을 벗어나 서울 정 반대편까지 대장정(?)을 나설 기회가 생겨서 신선했다. 그래도 좋은 소리 나는 곳 찾아 부지런까지 떨어보는 스스로를 발견하니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강변을 타고 가는 내내 눈에 들어오는 한강의 선명한 푸른빛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올해 날씨는 이 정도면 아직까지는 상당히 점잖은 편이 아닌가.
이번에 흔쾌히 자리를 마련해주신 분은 또 다른 '하이파이클럽' 회장님이신 권영준님 이시다. 무슨 얘긴고 하니, 하이텔의 하이파이동호회 내에 있는 소모임 '하이파이클럽' 회장직을 맡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과 더불어 '동명 이...클럽'이라는 이유로 현 '하이파이클럽'이 인터넷페이지를 개설했을 당시에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다. 본의 아니게 기존에 있던 소모임이름을 우리 '하이파이클럽'에서 도용한 모양새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클럽의 취지와 진행구도 그리고 멤버들에 대해 폭 넓게 이해를 해주셔서 오히려 상호간의 좋은 교류의 발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구성 시스템
* 스피커 : Thiel CS 2.3
* 파워앰프 : L'Aurora Amp 215(Mono)
* 라인프리 : Cary SLP 50
* 포노앰프 : Viola
* DAC : April Reference
* CDT : Krell MD-20
* ADP : Thorens Ambiance + SME V + Koetsu Rosewood
* 승압트랜스 : Allnic
* Cables
* power to speaker : 자작
* pre to power : 자작 & Cello Strings
잠실의 조용한 아파트 촌.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뛰쳐나와서 먼저 반긴다. 이미 동호회 내에서는 유명한 친구들이라고 한다. 강아지 두 마리만으로도 집안에 이렇게 생기가 돌 줄이야...
거실이 꽤 넓어보였지만, 정작 리스닝 룸은 방안에 마련해놓으셨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일어난다. 삼면 빼곡이 들어선 레코드 라이브러리와 기기들때문에 입추의 여지가 없다. 기기가 자리잡고 있는 벽면도 온통 베이스트랩과 튜닝재들로 채워져있다.
다른 분들이 인사하는 틈을 타서... 음반들을 둘러봤다. CD와 LP가 각각 2000장씩은 되는 것 같았다. 레파토리도 다양하다. 올드팝에서부터 가요, 클래식, 레퍼런스음반들까지 잘 정리되어있었다. 정말 음악듣기에는 천혜의 요새를 만들어놓으신 이 분을 다시 한번 존경스럽게 쳐다봤다.
우선, 리스닝룸의 모습만으로도 뭔가 좋은 소리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소리를 들어보았다. 잘 길들여진 리스닝 룸 우선, 리스닝룸의 크기에 약간 버거워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틸 2.3은 부밍기라던가 불필요한 잔향이라고는 없이 쏘옥 빠져나오는 소리가 안정감을 준다. 소위 말하는 현대적인 하이엔드 소리이다. 경륜이 있으시니까.. 약간 빈티지 쪽이나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튜닝을 해놓았으리라는 어설픈 추측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소리이다.
약 4평 정도 될 듯한 평범한 아파트내의 방을 극한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부단한 룸튜닝의 결과이다. 앰프는 국산 오로라의 110와트급 모노블럭이다. KT-88을 사용한 푸쉬풀방식인 것 같은데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음은 진공관 앰프라기보다는 솔리드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있었다. KT-88 특유의 고역에서의 매끈한 감김보다는 다소 스트레이트하고 반응이 빠른 소리였다.
상당히 깊은 무대를 만들어내면서 입체감이 뛰어난 모습이 귀에 들어온다. 반면에 좌우 펼침은 넓다기보다는 스피커 바로 외곽으로 적절히 윤곽을 그리며 마무리짓고 있었다. 음은 분석적인 성향을 띄었으며 다이나믹이 뛰어나고 대역간섭이 거의 감지되지않는 틸 고유의 특성이 잘 살아있었다. 악기로는 피아노가 가장 사실적인 소리를 내주었다.
중고역이 귀에 다소 강하게 맺힌다. 틸을 들여놓은 지 약 두달정도밖에 되지않았다고 하셨는데, 아직 신품소리가 가시지않은 것 같다. 권영준님은 틸의 지명도때문에 이전에 사용하던 과르네리같은 스피커와 경향이 다른 이 스피커에 도전을 하셨다고 한다. 과르네리 오마주는 약 두달정도 사용하고 내보내셨다고 하는데, 비싼 앰프를 좋아한다고 하며 현재의 앰프와는 저역재생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었다고 하셨다.
모든 스피커에는 고유의 음색이 있지만, 결국 앰프의 소리가 나온다는 게 권영준님의 지론이라고 했다. 그리고 앰프에 대한 투자는 스피커의 가격을 감안해서 결정한다고 하셨다. 이를테면 틸 2.3에는 아무리 좋은 앰프를 사용해도 500만원이 맥시멈이라고 하셨다. 그 이상의 투자는 그 스피커의 소리도 아니며, 원래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권영준님은 자신의 시스템중에서 오로라앰프를 가장 아끼신다고 하신다. 앰프전문가로 유명한 한상응님에게 고집스럽게 튜닝을 의뢰해서 만들어낸 앰프라고 자부하셨다.
그런 이유로 스피커가 계속 바뀌면서도 이 앰프만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아울러 프리앰프 역할을 하고 있는 에이프릴제작 레퍼런스 DAC 또한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중이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가격대비성능이 탁월해서 지금으로썬 향후에도 별 대안이 없을 정도라고 칭찬을 하셨다.
한편, 아날로그는 두번째 시도하시는 것이며, 현재 사용중인 고에츠의 로즈우드는 본인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고 하셨다. 소리를 들어본 결과 과연 다소 메마른 소리가 나왔는데, 고에츠 특유의 소리라기 보다는 톤암인 SME V 와의 매칭관계에 영향을 받지않나 의견을 모아보았다. 토렌스의 MCH2는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이으셨다.
케이블들을 보면 전부 공동제작을 의뢰하거나 자작을 하신 품목들이다. 바닥으로부터 케이블을 플로팅을 시키는 것과 바닥에 밀착시키는 것에 대한 비교실험을 거쳐서 결국 스피커 케이블은 바닥에 밀착시키는 것이 더 나았고 전원코드는 플로팅 시키는 것이 더 좋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셨다.
열혈남아스타일의 오디오철학
권영준님의 모습과 어투에서는 이미 중년에 접어든 프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자신만의 철학을 뚜렷하게 세워놓고 기기를 선정하고 계셨으며, 한번 들여놓은 기기는 철저하게 녹다운시키고나서야 내보내고 계셨다.
매니아들이 종종 그렇듯이, 중학교시절부터 이미 음악감상실을 들락거린 끼 많은(?) 학생이셨다고 한다. 그런 시간들을 거쳐서 본격적으로 오디오를 시작하신 것은 10년 전쯤이었다. 좌측의 사진은 중학교 시절 음악이 무엇인가를 그리고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음악이 이렇게 멋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 그 음반이다.
서브까지 합쳐서 수많은 기기들이 들락거리자 주변에서는 그만 바꾸라는 압력이 들어왔지만, 그런 말들에 대해선 청력이 다하는 한 계속한다는 말로 일축 시켜버렸다고 하신다. 그간 거쳐간 스피커들만 보아도 이분의 성향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영국제와 미국제를 고루 등용시켜왔다는 점이 눈에 띄인다. 파라곤의 리전트, 로져스의 2A, KEF 107/2, 그리고 과르네리 오마주 등을 거쳐 틸 2.3에 이르고 계셨다. 물론 서브시스템까지 가면 무수히 많은 모델들이 이방을 거쳐갔다.
연배도 연배지만, 이분은 분명히 오디오세계의 선배님이다. 과연 요새 젊은매니아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여줘봤다. 권영준님은 그레이드별로 신세대 오디오파일들을 크게 두 부류로 놓고 말씀하셨다.
첫째는, 말그대로 오디오파일이다. 나름대로 전문지식을 갖고 접근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스스로 확보하고 움직이는 매니아들이며 이런 매니아들에게서는 오히려 배울 점들이 많다고 겸손의 말씀을 하셨다. 인자하신 인품 그대로, 나이나 경력을 떠나 내가 배울점은 언제나 오픈마인드로 대하시는 모습이다.
두번째로 적극 참여를 하는 초심자들이 있는데, 이런 사용자들은 '스텝 바이 스텝' 밟아 올라갈 것을 권하셨다. 한가지 기기를 들어도 그 성능을 100% 뽑아내고 나서 바꾸도록 하며, 처음부터 단기간 내에 너무 끝까지 가는 하이엔드를 성급하게 가다보면 오디오의 깊은 맛을 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보리는 경우를 옆에서 볼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특히 미스매칭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아울러, 모든 오디오파일들에게 절대로 자가당착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고싶다고 하셨다. 주관적인 소리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스스로를 대단한 오디오파일이라 생각해서 말을 함부로 하는 일은 금물이며, 자기 취향과 맞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취향에 맞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모든 매니아들이 겪는 '인 패밀리 솔루션' - 사모님의 오디오에 대한 협조정도를 여쭤보았다. 협조? 말도 안되는 소리... 현재는 포기상태라고 전하셨다. 권영준님은 단계별로 나누어 사모님의 오디오관에 대해 설명하셨다. 초기에는 물론 '협조'가 이루어졌다. 이건 신혼초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얘기이므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개념의 '협조'라고 보아야 한다. 그 다음은 '불만'의 시기였다. 돈과 시간을 뺏어가는 오디오에 대해 더이상의 협조는 있을 리 없다. 그 단계를 넘어서자 기어이 '포기'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방에서 두문불출하는 것을 빼고는, 그래도 다른 곳으로 새지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자체만으로 위안을 삼으시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오디오매니아들의 모습이 아닐까 ? 권영준님의 말씀에서는 달관과 여유가 넘쳐보였다. 아직도 찾아들을 많은 기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권영준님의 즐거움은 이점에 있었다. 특히 과르네리를 쓰면서 앞으로 이 스피커보다 좋은 게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건지 아찔한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는 예를 들면서 말씀을 해주셨다. 한마디로 아껴가며 오디오를 섭렵하시고 계셨다.
오디오는 여러 제품을 상대로 하는 취미라고 볼 때, 아직도 갖고 놀 기기들이 많다는 사실이 큰 위안을 준다는 말씀이다. 지금 쓰고있는 틸 2.3 도 도전해볼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이 스피커의 소리가 잡히는 날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불러서 들려주는 즐거움 - 바로 악흥의 순간이 아닐까 한다.
권영준님은 지금도 가끔 혼자듣기 아까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실 때가 있다고 한다. 공간과 경제적 여건이 허락된다면 앞으로는 탄노이계열의 빈티지스피커를 메인으로 갖추고 싶다고 하셨다. 아울러, 하이엔드제품을 서브로 갖추고 바꿔가면서 듣고 싶다는 말씀... 가만 듣다보니 이건 평소에 필자가 생각중인 시스템과도 일치한다.
마감도 안한 MDF로 만들어진 레코드장이나 오디오 랙을 볼때 과연 우리가 오디오를 하면서 어디다 투자를 하고 어디에서 절약을 해야할 지를 깨닿게 해 주는 지혜가 숨어있다. 그리고, 권영준님의 치열한(?)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방안 곳곳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담겨져 있음은, 오디오를 새로 들여놓고 마음에 안든다고 첫날밤에 소박을 놓은 안일한 자세로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충분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맺는 말
음악을 못들으면 귀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은 공연스런 흉내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오디오파일들은 책을 안읽으면 안읽었지 좋은 음악으로 귀와 마음을 채우는 정성스런 작업을 놓치는 법이 없다. 음악과 기기와 열정 - 이 삼박자를 갖춘 권영준님은 분명 행복한 매니아이다. 방안에 왕국과도 같은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놓고 전세계를 넘나드는 이 분의 오디오여정에는 해가지지않을 것 같다. 빈티지와 하이엔드, 아날로그와 디지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계 - 이 열쇠를 들고 다음엔 어디로 가실 것인지 주목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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