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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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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9-23 06:58 조회9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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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품 사 용 기

게시물 번호   208 작 성 일   2002-10-24 조 회   2432
글 쓴 이   한가을  

"불새 사용기"

오늘은 아기 메추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제 인가요.
초등학교 다니는 작은 딸네미가 학교에서 오다 갓 부화된 메추리를 한마리
사왔더군요.
일년 전 주먹만한 미니토끼를 사주었는데 집토끼만하게 커져서 시골 외갓집에
가져다 두었지요.
그때부터 아빠가 뭔가를 또 사오기 바라더니, 기여코 메추리라도 한마리
구해왔습니다.
막내가 가져온 만큼 한번 잘 키워 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란노른자도
부숴 주고 했는데, 조금도 먹지 못하고 물마저 한모금 삼키지 못하는 모습이
안스러웠습니다.
그저 집으로 마련해준 박카스박스 안에서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지요.
요놈을 어떻게 살릴까 하다가 주사기에 우유를 넣어 입에 강제로 한두방울씩
흘려주니 오줌도 넣고 제법 짹짹거리며 왔다갔다 하더군요.
이번엔 온도가 낮아 떠나보다 하고 고음 방지용으로 트위터에 부착하였던
솜을 떼어 박스에 깔고 덥혀진 불새의 트랜스 위에 밤새 올려놓았습니다.
하루밤을 무사히 보내고나니 조금 더 욕심이 생기더군요.
아침일찍 우유한번 먹이고 이번에는 좀더 영양가 있을것같은 계란노른자를
물에 풀어 주사기로 다시 입에다 넣어주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많이 먹일려고 걸죽히 풀었지요.
처음 우유를 먹일때도 안먹으려 했는지라 이번에도 입을 벌리고 강제로 넣어
주었습니다.
먹이는 중에도 먹지 않으려는 듯 계속 고개를 뒤로 뻗치곤 했는데, 저는
그런 행동인줄은 생각치 못하고 새들은 물을 그냥 삼키지 못하니 넘기려고
고개를 뒤로 졎치는 줄로만 알고 계속 많이도 먹였지요.
계란물을 먹이고 나서 상태를 살펴보니 목이멘듯 계속 꺽꺽 거리더군요.
그래 계란물이 너무 되어서 그런가 하고 내려가라고 맹물을 또 먹였습니다.
그런데 먹이던 도중 제 손안에서 갑자기 머리를 바르르 떨더니 그냥 축
늘어지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짧은 시간에 많이도 먹였는데, 아마 과다한 물을 채 삼키지
못해고 질식한 것 같습니다.
아뭏든 그렇게 어린 메추리는 삼사일의 짧은 인생을 마감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마눌에게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출근후 돌아오니, 애들이 잘 묻어 주었다고
합니다. 작은 놈은 아직도 질질 짜고..
잘해주려 했는데 너무 지나쳤던 모양입니다. 차라리 그냥 놔두었더라면
잘 살았을 지도..
지금 생각해보니 잘 걷지도 먹지도 못했던 것은, 갓 태어난 어린 새로서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었는데 말입니다.
혹시 진공관앰프나 스피커를 장만하시고 며칠도 안되어서 실망하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나요!
아니면 지나친 기대로 주변기기나 부품들을 과도하게 바꾸시는 분들이
계시나요!
옛말대로, 모든 것은 과하면 모자름만 못하게 되어있나 봅니다.
하룻밤 푹자고 기력을 회복했던 어린 메추리는 몇분후 자신이 고통받다
죽으리란 것을 알았을까요!
조금 더 좋게 해주려고 했던 행동들이 지나쳐서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리란 것을 저는 왜 몰랐던 것일까요! 바로 몇분전 까지도..
모든 것을 너무 욕심내지 말고 부족한 듯이 항상 감사하며 인생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보잘것 없는 새한마리가 오늘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괜히 바람도 불고 비도옵니다. 자꾸 마음이 허전하네요.
저 때문에 일찍 떠나간 어린 새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미안하단 말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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